저는 15회에서 설막내와 산사장에게 끝도 없는 짜증을 느껴서 역시 연장은 아니야.... 했었는데,
끝부분의 사랑고백에 이해를 했었죠. 모든 건 이 장면을 위한 전초전이었다고....
그리고 나서 16회는 전날처럼 짜증나는 부분이 없어서 아주 편안하게 감상을 했었는데, 여기 게시판의
모두의 글을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16회를 감상해보니, 여러분들의 얘기가 마음에 와 닿더군요.
모두가 실망하는 이유의 첫번째ㅡ,
유경이 너무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다.
다시 보고 나니, 정말 그런 면이 보이더군요. 14회에서 유경은 초콜렛 주는 걸 언니들에게 들키고
난 뒤, 앞으로 어떡하냐고 사람들이 알게 되면 쉐프가 어떻게 쉐프 테이블에 서냐고 걱정했었죠.
그랬던 그녀가 지금 당장 그만두겠다는 쉐프의 폭탄 선언에 당황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 날
저녁에 만난 쉐프에게 정말 화난다는 듯이 또박또박 따지고 드는 모습은 정말 평소의 사랑스러운
유경의 모습이 아니더라구요. 솔직히 '쟤, 왜 저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안하다고는 하는데 별로 미안해보이지도 않고, 같이 있고 싶다고는 하는데 말로만 그런 것 같아서
둘의 모습에 애절하거나 애틋한 느낌은 정말 하나도 느낄 수가 없더라구요.
좀 더 당황해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 매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그 이후에도 선인장 보고 웃는 모습이나 산과 함께 있는 모습에서 현재의 상황에 대한 곤혹스러움과
고민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었어요. 솔직히 아무 생각없는 애 같더라구요.
쉐프가 나가버린 이 비상상황에 손님이 예약한 인삼파스타 생각이 납니까?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
실망 포인트 그 두번째,
첫번째와 일맥상통하는 얘긴데, 덕분에 달달한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는 거죠.
매회 보고나면 '아, 그 장면 다시 보고싶다!' 이런 장면이 적어도 한 개씩은 있었는데, 이번 16회에선
솔직히 다 보고나서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더라구요.
개인적으로 보는 내내 짜증났었던 15회에서도 기억나는 장면이 두 개(효도하지 말라는 거랑, 불륜
어쩌구 하던 장면)나 있었는데, 16회는 정말 생각나는 게 없어서 그 날 아주 잘잤습니다.
딴 때는 심장이 두근거려서 잠을 못 잤는데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캐릭터들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죠.
지금까지 늘 쉐프 앞에서 수줍어하고 좋아 죽겠어하는 유경의 모습은 16회에선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 시기는 이미 다 지나갔다는 건가요? 권태기에요, 벌써?
뭐라 그럴까, 쉐프랑 있는 게 제일 좋다는 말도 그냥 하는 말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일관된 캐릭터는 우리의 최 쉪뿐인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아마 다들 그래서 유경일 얄밉다 하는
건지도 모르지만요. 설막내의 오바나 무기력해 보이는 산사장은 말할 것도 없고요.
결론적으로 저는 두근거림이 사라진 극중 분위기가 불만입니다.
밥먹고 계속 파스타 생각만 했었는데, 16회 이후로는 많이 차분해 졌거든요, 저는.
보통은 이런 비상사태에 더 애절해지지 않나요? 오히려 16회에선 둘이 더 달달해지고 애틋해지고
애절해져야 정상인데, 이건 정반대로 너무 밋밋하다고나 할까?
오히려 티격태격 싸우기만 하고......ㅠ.ㅠ
제 생각엔 작가님, 너무 존경하고 늘 응원하고 있지만, 아마 이분이 진지한 이야기엔 좀 약하신 거
아닌가 싶습니다.
진지한 게 꼭 우울하거나 무거운 건 아닌데,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워낙 가볍고 산뜻하게 흘러
가다 보니, 본격적으로 진지해야 할 때 진지하지가 못하고 여전히 가볍고 뭔가 언밸런스하게 보여서 극을 보는 내내 뭔가가 허전한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보고나서 많은 분들이 이해가 간다, 유경은 의지하지 않고 성장하고 싶은 거다 하시는데,
맞는 말씀이지만, 그녀는 지금 사랑중이란 말입니다. 사랑이 어디 그렇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독립적인가요? 쉐프가 나가버리는 비상사태에 그녀가 약간 흐트러진다고 뭐랄 사람, 아무도 없다
이 말입니다.
이성적으로 또박또박 쉐프한테 도망쳤다고 화내고 따지는 대신에, 차라리 내가 나가겠다고 아니면
다신 좋아하지 않겠다고 나가지 말라고 매달리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유경이 자기도 나가겠다 하는 걸 쉐프가 말리는 장면을 상상했는데, 그 반대가 되니 저도 참 당혹
스럽더라구요. 덕분에 이야기가 참 가벼워져서 보는데는 편했지만, 두근거림이 사라져버린 건
참 어디가서 보상을 받아야 할지...... 정말 아쉽네요.
물론, 저는 여전히 파스타를 사랑하고 계속 본방사수할 겁니다.
남은 4회, 조금 더 달달하고 입맛에 맞는 파스타를 기대해 봅니다.
이번엔 굳이 이렇게 다시 보고 분석하고 생각할 필요없이 딱 보고 이해가 확 가면서 심장이 터져
버릴 듯이 두근거리는 설레임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정말정말 부탁드려요!!!!!!!! |